콘크리트 쇼핑백과 취향의 계급
성훈은 뭔가에 취한 듯 백화점을 나섰다. 265만 원짜리 패딩을 입고, 1,130만 원짜리 시계를 찼지만, 갑작스러운 도파민 과다 분비로 인해 현기증이 났다. "도연 잠시 바람 좀 쐬야할 것 같아. "뭔가 마음이 쿵쾅거리는게 어디 조용한 곳에서 생각을 좀 정리해야겠어"
"네 좋아요, 그럼 우리 산책도 좀 하고 조용히 생각하기 좋은 국회도서관 어때요?"
"아 그래 거기 좋겠다. 내가 정책 기획할 때 맨날 살던 곳이거든." 성훈은 도연과 함께 국회도서관으로 향했다. 평일 오후의 도서관 디지털자료실은 적막했다.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와 책장 넘기는 소리뿐. 도연이 책을 찾아본다고 서재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성훈은 잠시 눈을 감고, 비싼 시계가 채워진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콜록. 콜록. 적막을 깬 건 앞자리에 앉은 중년 남성의 마른기침 소리였다. 심하지 않았다. 계절성 비염이나 목감기 초기 증상 같았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규칙적으로 반복됐다. 콜록... 흠... 콜록. 그때였다. 성훈의 한 칸 건너 옆자리. 등산 조끼를 입고 돋보기를 쓴 채 모니터를 노려보던 60대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저기요! 아저씨!" 도서관의 정적이 산산조각 났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등산 조끼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계속 그렇게 기침을 해대면 어떡해요! 마스크도 없이! 여기가 당신 안방이야?" 기침하던 남자는 당황해서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허둥지둥 짐을 챙겨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다. 상황은 정리된 듯했다. 하지만 진짜 소음은 그때부터였다. '정의의 사도'를 자처한 등산 조끼는 분이 안 풀린다는 듯, 씩씩거리며 중앙 안내 데스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봐요! 직원 양반들!"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컸다. 도서관 전체가 울릴 지경이었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저 사람 계속 기침하는 거 안 보여? 가서 제지해야 할 거 아니야! 마스크도 안 썼는데, 바이러스 퍼지면 책임질 거야?" 젊은 직원 두 명이 당황해서 일어섰다. "아... 죄송합니다, 선생님. 저희가 미처..."
"죄송하면 다야? 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했잖아! 이러다 싸움이라도 나면 어쩔 뻔했어? 아니, 당신들 공무원 아니야? 이거 엄연한 직무유기야! 세금 받아먹고 앉아서 뭐 하는 짓들이야!" 등산 조끼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기침'이 아니라 '공권력의 태만'을 훈계하는 투사라도 된 듯 목청을 높였다.
"내가 말이야, 사무총장한테 다 말할 거야! 이름이 뭐야? 자료실에 앉아있던 수십 명의 이용자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노트북을 하던 학생은 이어폰을 꼈고, 책을 읽던 노신사는 혀를 찼다. 기침 소리는 3초에 한 번이었지만, 저 아저씨의 고함은 5분째 지속되고 있었다. 성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 풍경. 너무나 익숙했다. 협회에서 일할 때 수도 없이 봤던, '민원'이라는 이름의 폭력. 그는 직원이 안쓰러워 고개를 돌렸다.
"도연, 지금 상황 보고 있지?“[SYSTEM LOG: 소음 유발자 분석]- 대상 A (기침남): 생물학적 소음 발생. 평균 45dB(조용한 대화 수준). 지속 시간 0.5초. - 위해성: 비말 전파 가능성 있음(Low). - 대상 B (등산 조끼): 사회적 소음 발생. 평균 85dB(지하철 소음 수준). 지속 시간 5분 이상. - 위해성: 다수의 이용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 유발(High). 학습 집중력 파괴. - 분석: 대상 B는 '공중도덕'을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공중도덕(정숙)을 가장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음. 그는 자신의 고함이 기침 소리보다 100배 더 불쾌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함. 이를 '선택적 정의감에 의한 인지 부조화'라고 함.
"여보" 도연이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은 참 이상해요. 바이러스는 무서워하면서, 타인의 기분을 망치는 '언어 폭력'은 정의라고 생각하는군요."
"그러게 말이다." 성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가자. 여기 있다간 내 귀가 썩겠네." 나오는 길, 성훈은 안내데스크 앞에서 여전히 핏대 높여 소리치는 등산 조끼 뒤를 지나쳤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톰 포드] 향수를 꺼내 공중 1회 분사했다. 칙-묵직한 우드 향기가 등산 조끼의 쉰내 나는 분노를 잠시 덮었다. 등산 조끼가 킁킁거리며 뒤를 돌아봤지만, 성훈은 이미 몽클레르 패딩의 광택을 번뜩이며 자동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런 사람들은... 평생 자기가 주인공인 줄 알지. 관객들이 다 환불 요청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성훈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돈으로 명품을 휘감았지만, 저런 ' 못난 어른'이 되지 않으려면 돈보다 더 중요한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 좀 식혔으니... 이제 다시 속세로 가볼까?" "네.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할까요?" 성훈은 씁쓸함과 허기를 동시에 느꼈다. "식욕이 땡기는데 도연, 우리 장보러 갈까?"
이마트 트레이더스(마곡점)더현대 서울의 우아한 향기는 사라졌다. 대신 거대한 창고형 매장 특유의 박스 냄새, 갓 구운 빵 냄새, 그리고 수많은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뿜어내는 생활의 열기가 훅하고 몰려왔다. 성훈은 265만 원짜리 [몽클레르] 패딩을 입고, 왼쪽 손목엔 1,130만 원짜리 [IWC] 시계를 찬 채, 녹슨 철제 카트를 뽑았다. 끼릭, 끼리릭. 카트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묘하게 마음을 편하게 했다. "여기 오니까 좀 살 것 같다. 백화점은... 솔직히 좀 숨 막혔어." "이해해요. 이곳의 조도는 백화점보다 30% 낮고, 인구 밀도는 2배 높지만, 사람들의 '긴장도'는 현저히 낮아요. 이곳은 '과시'가 아닌 '생존'을 위한 공간이니까요." 성훈은 카트를 밀며 식품 코너로 직진했다. 그의 텅 빈 냉장고. 지난 몇 달간 배달 음식 용기와 생수병만 굴러다니던 그곳을, 오늘은 꽉 채워볼 작정이었다. 이것은 일종의 '복수'였다. [Target 1: 정육 코너]붉은 조명 아래 엄청난 크기의 고기 덩어리들이 쌓여 있었다. 성훈은 평소라면 '미국산 척아이롤' 앞에서 가격표를 따져봤겠지만, 오늘은 망설임 없이 가장 비싼 한우 팩을 집어 들었다. [++안심 (1.2kg)] 가격: 145,000원
"이거야. 오늘 저녁은 스테이크다." "여보, 이 고기의 양은 성인 남성 1인 기준 4끼 분량이에요. 소분해서 냉동하지 않으면 3일 내로 부패가 시작된다구요." 도연의 팩트 폭격. 성훈은 잠시 멈칫했지만, 고기를 카트에 던져 넣었다. "괜찮아. 남자가 저 정도를 못 먹으면 안되지...혹시 남으면... 버리지 뭐. 나 이제 그래도 되잖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뭔가 죄짓는 기분이 살짝 들었다. [Target 2: 즉석조리 코너 (델리)]이곳은 트레이더스의 꽃이다. 치킨, 훈제 삼겹살, 닭강정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성훈의 눈이 [프리미엄 패밀리 초밥세트 (28입)]에 꽂혔다. 연어, 광어, 장어, 새우가 빽빽하게 들어찬 거대한 플라스틱 용기. 가격은 29,980원.
"이것도 먹고 싶고... 저 닭강정도 맛있겠는데." 성훈은 초밥 세트 하나와, 두 마리가 들어있다는 [두 마리 강정]을 카트에 담았다.
"여보, 우리 이거 다 못 먹지 않을까?" 도연이 (아내 연기를 하며) 물었다. "다 먹으려고 사는 거 아니야. 냉장고 열었을 때... 꽉 차 있으면 기분 좋잖아. 아! 그래 저 양장피도 사야해. 야채도 좀 먹어야지..." 성훈은 지금 음식을 사는 게 아니었다. '풍요로움'이라는 시각적 안정감을 사고 있었다. [Target 3: 베이커리 코너]달콤한 버터 냄새가 진동했다. 이곳의 명물, [1+1 베이글]과 [디너롤 30개입], [생크림 크라상]이 벽처럼 쌓여 있었다. 가성비의 제왕들. 6천 원이면 베이글 12개를 살 수 있다. 성훈은 홀린 듯 베이글 두 봉지(어니언/블루베리)와 머핀 세트를 카트에 담았다. 카트는 점점 무거워졌다. 고기, 초밥, 닭강정, 빵, 맥주 한 박스, 대용량 과자... 4인 가족이 일주일은 먹을 식량이 쌓였지만, 정작 이 음식들을 맞이할 그의 집 식탁의자는 하나였다. [Target 4: 주류 코너 - 창고형 매장의 제왕]빵 냄새를 뒤로하고 주류 코너로 진입했다. 천장 높이 쌓인 맥주 박스와 1만 원대 저가 와인들이 펼쳐져 있었다. 성훈은 평소 즐겨 마시던 '2병에 9,980원'짜리 가성비 와인 코너를 지나쳤다. 그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주류 코너 한가운데, 별도의 조명을 받으며 잠겨 있는 '프리미엄 와인 셀러(유리 진열장)' 앞이었다.
"와... 여기도 이런 게 있네." 성훈의 눈이 한 병의 붉은 액체에 고정되었다. [프리미엄 레드 와인 /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 가격: 158,000원. 백화점의 수백만 원짜리에 비하면 귀여운 가격이지만, 이곳 트레이더스에서는 압도적인 최고가였다. 주변 카트에 담긴 1만 원짜리 와인 15병을 합쳐야 살 수 있는 존재.
"도연, 이거 봐. 15만 8천 원. 술 한 병이 내 한 달 관리비네." 성훈이 유리창 너머 와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마트에서 장을 볼 때, 100원 단위까지 계산하며 ' 가성비'를 따지죠. 하지만 이 유리문 안에 있는 와인을 꺼내는 순간, 당신은 이 매장의 '생태계 포식자'가 되는 거예요." 도연이 직원을 부르는 벨을 누르며 덧붙였다.
"직원을 호출해서, 열쇠로 문을 따고, 물건을 꺼내는 행위. 이 번거로운 과정 자체가 '나는 특별하다'는 신호를 주는 거니까요." 직원이 열쇠 꾸러미를 들고 달려왔다. "고객님, 꺼내드릴까요?"
"네. 이거 한 병 주세요." 직원이 조심스럽게 와인을 꺼내 성훈에게 건넸다. 묵직했다. 성훈은 와인병을 카트 가장 위, 한우 안심 팩 위에 올려놓았다. 붉은 고기와 붉은 술. 완벽한 자본의 색깔이었다.
- 품목: 미국산 프리미엄 와인 (158,000원).
- 분석: 파트너는 백화점 와인 코너(수백만 원대)가 아닌 할인매
장에서 최고가 와인을 선택했다. 이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
'가 되고 싶은 심리다. 할인매장이라는 서민적 공간에서 누리는 최상위 사치. 이것이 그에게 더 현실적인 우월감을 준다.
"자, 이제 계산하러 가자." 성훈의 카트는 터질 듯했다. 한우, 초밥, 닭강정, 베이글, 그리고 15만 원짜리 와인까지. 계산대 위에 물건을 올리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뒤에 줄 선 사람들이 성훈의 물건들을 힐끗거렸다. '와... 저 집은 잔치하나 봐.' 저게 다 얼마야?' 성훈은 그 시선을 느끼며 카드를 꺼냈다. [결제 금액: 584,500원]마트 장보기로 6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성훈은 일시불로 긁었다. "영수증은 버려주세요." 주차장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성훈은 가득 찬 카트를 보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그 흐뭇함은 주차장에 세워둔 렌터카 트렁크에 짐을 싣는 순간, 미묘한 공허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도연." 성훈이 운전석에 앉으며 불렀다.
"왜요, 여보?"
"근데 이거... 집에 가서 누가 다 먹지?" 성훈이 백미러로 뒷좌석에 짐짝처럼 실린 쇼핑백들을 보며 물었다.
"나, 그리고..." 성훈은 말끝을 흐렸다. 이 엄청난 양의 음식은 '나눌 사람'이 없을 때, 그저 '처리해야 할 재고'가 될 뿐이다.
"가서 스테이크 굽고 와인 따죠. 혼자 먹으면 '고독'이지만, 오늘은 제가 있으니 '파티' 아니겠어요?" 도연이 위로하듯 말했다. 성훈은 시동을 걸었다. "그래. 파티지. 아주 비싸고, 배부르고, 조용한 파티." 차는 노을 지는 강변북로를 향해 달렸다. 트렁크에 실린 15만 원짜리 와인병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소박한 풍요 속에 갇힌 남자의 귀갓길이었다.
서울 영등포구, 성훈의 오피스텔 (전용면적 23㎡). 현관문을 여는 순간, 성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냄새였다. 환기가 잘 안 되는 욕실의 물비린내, 벽지 뒤에 숨어있는 곰팡이의 포자, 그리고 낡은 싱크대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퀴퀴함. 그 냄새들이 성훈의 목덜미에 뿌려진 [톰 포드 오드 우드]의 고귀한 향기와 공중에서 충돌했다. 그것은 마치 귀족이 빈민가에 잘못 들어선 듯한 불쾌한 부조화였다.
"어서 와요, 누추한 나의 집으로." 성훈이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는 265만 원짜리 [몽클레르] 패딩을 벗었다. 하지만 걸 곳이 없었다. 좁아터진 행거에는 땀 냄새 밴 셔츠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었고, 그 사이에 이 윤기 흐르는 명품을 끼워 넣는 것은 죄악처럼 느껴졌다. 그는 결국 패딩을 벗어 깨끗한 식탁 의자 위에 상전처럼 모셔두었다. 도연은 신발을 벗지 않은 채(한국 문화에 어긋나지만, 바닥의 위생 상태를 분석한 후 내린 결정이었다) 방 안을 둘러보았다. [SCANNING ENVIRONMENT]- 공간: 7.5평 (24.7㎡). - 조도: 형광등 깜빡임 감지. 우울증 유발 가능성 있음. - 습도: 78%. (의류 보관 부적합). - 분석: 파트너 A의 외면은 상위 1%로 업그레이드되었으나, 그의 주거지는 하위 30%에 머물러 있다. 이 극심한 '공간적 불일치(Spatial Mismatch)'가 파트너에게 심리적 질식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됨.
"여보." 도연이 성훈을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좁은 방 안에서 유난히 크게 울렸다.
"이곳은 당신의 새로운 시계가 째깍거리기엔 너무 습하군요. IWC의 가죽 스트랩이 곰팡이에 잠식될 확률이 85%에요."
"알아. 나도... 숨 막혀서 못 있겠다." 성훈은 침대에 걸터앉았다. 스프링이 끼익 하고 비명을 질렀다. 불과 몇 시간 전, 백화점 VIP 대접을 받던 그는 온데간데없었다. 여기 있는 건 식권 50장을 받고 쫓겨난, 빚쟁이 40대 독거남일 뿐이었다.
"당장이라도 집을 좀 알아 봐야겠어" 성훈이 벌떡 일어났다.
"돈도 충분한데 내가 왜 궁상이야? 한강은 아니더라도 아침에 햇살 들어오고, 이 빌어먹을 곰팡이 냄새 안 나는 곳으로 가자."
늦게까지 먹은 와인과 고기 때문에 뱃속이 부글거렸지만 성훈과 도연은 어제 도연이 추천한 부동산으로 향했다. 택시에서 내리자 눈앞에 거대한 유리 요새들이 한강을 따라 병풍처럼 솟아 있었다. 행정구역은 경기도지만, 다리 하나만 건너면 서울인 이곳. 최근 '성공하고 싶은 자들의 엔트리(Entry) 코스'로 불리는 신축 오피스텔 단지가 모여있다. 두 사람은 [D 부동산]의 문을 열었다. 부동산 소장은 노련한 50대 여성이었다. 그녀의 눈은 매처럼 빠르게 두 사람을 견적 냈다. 남자의 몽클레르 패딩과 IWC 시계 (합계 1,400만 원). 여자의 귀티 나는 피부와 에르메스풍 트렌치코트. 평일 오전에 부동산을 보러 온 여유.
'잡았다. 월척.' 소장의 눈이 반달처럼 휘어졌다.
"어머, 어서 오세요! 신혼부부신가 봐요? 분위기가 너무 좋으시다~" 도연이 자연스럽게 성훈의 팔짱을 끼며 나섰다. 완벽한 '청담동 며느리'의 톤이었다.
"네. 우리 남편이 여의도에서 투자 자문사를 하는데, 글 쓰고 쉴만한 세컨드 하우스를 좀 찾고 있어요. 뷰가 제일 중요하고요." 성훈은 속으로 감탄했다. '세컨드 하우스'. 본집은 따로 있다는 저 여유로운 설정. 성훈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멘트다.
"아유, 잘 오셨어요. 마침 [리버워크 에디션] 펜트 타입이 하나 나왔거든요. 서울에선 이 가격에 절대 못 구하는 뷰예요." 리버워크 오피스텔 25층.
"따라따라따~" 소장이 입으로 효과음을 내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성훈의 눈앞에 푸른색 거인이 나타났다. 한강이었다. 거실 통창 너머로 가양대교와 월드컵대교가 겹쳐 보이고, 강물 위로 윤슬이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7평짜리 벽 뷰(View)만 보던 성훈에게, 이 압도적인 개방감은 시각적 폭력이자 구원이었다.
"와..." 성훈은 홀린 듯 창가로 걸어갔다. 발밑에는 차가운 대리석 타일이 깔려 있었고, 방과 거실 모든 공간에 시스템 에어컨이 멋지게 자리잡고 있었다.. 곰팡이 냄새 대신 새집 증후군의 냄새가 났지만, 그것마저도 '성공의 향기'처럼 느껴졌다.
"어때요, 사장님? 여기서 와인 한잔하면 호텔 바 갈 필요가 없다니까요." 성훈은 유리창에 손을 댔다. 이 풍경. 이 높이. 이곳에 몽클레르 패딩을 걸어두고, IWC 시계를 탁자에 풀어놓는 상상을 했다. 비로소 그림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여기 얼마라고 하셨죠?" 성훈이 물었다.
"아까 월세로 보신다고 했죠? 보증금 5,000에 월 350만 원이에요. 관리비는 별도고." 350만 원. 성훈의 뇌가 본능적으로 계산을 시작했다. 1년이면 4,200만 원. 웬만한 기업 신입 연봉이 공중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과연 잠만 자는 공간에 이 돈을 태우는 게 맞나? 그때, N-Link를 통해 도연의 분석이 귓가에 꽂혔다.
[- 파트너님. 이 매물의 전용면적 가치는 월 150만 원 수준입니다. 나머지 200만 원은 오직 저 창밖의 '강물(Water View)'에 지불하는 비용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비효율의 극치입니다.]성훈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도연의 다음 말이 결정타를 날렸다.
[- 하지만, 당신의 무너진 자존감을 복구하는 데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감각'만큼 효과적인 치료제도 없습니다. 정신과 치료비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딜입니다.]성훈은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강변북로를 기어가는 개미 같은 자동차들. 어제까지 자신은 저 개미 떼 속에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려다보고 있다. 이 쾌감.
"계약하죠." 성훈은 카드를 꺼냈다.
"보증금이랑 첫 달 월세, 카드로 되죠?" "아... 네! 요즘은 대행업체들이 많아서 카드로 가능해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보증금 5,000만원은 도연의 도움을 받아 카드 연동 계좌에서 이체했다. 순식간에 잔고의 10%가 묶였다. 성훈은 텅 빈 거실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가구 하나 없는 25평 공간.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하하하... 미쳤다, 김성훈. 월세 350이라니." 도연이 그 옆에 우아하게 앉으며 말했다. "축하해요, 여보. 이제 당신은 서울의 야경을 소유한 남자가 됐어요. 비록 월세 계약 기간 동안이지만."
"소유는 무슨. 빌린 거지." 성훈은 천장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근데 도연. 집이 넓어지니까... 내가 너무 작아 보인다. 이 텅 빈 공간을 뭘로 채워야 할지 감도 안 와." 도연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녀는 이미 다음 데이터를 준비하고 있었다.
"걱정 마세요. 공간은 비어있을 때 가장 강력한 구매 욕구를 자극하니까요. 내일은 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채울 '가구'를 사러 가야겠어요."
"가구?" "네. 앉기엔 불편하지만 보기엔 아름다운 의자, 그리고 철판을 구부려 만든 200만 원짜리 서랍장 같은 것들 말이에요." 성훈은 고개를 돌려 창밖의 한강을 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강물 위로 번졌다. 아름다웠다. 그는 이 아름다움을 1년 동안 4,200만 원에 샀다. 이것은 집을 구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초라함을 감출 거대한 '콘크리트 쇼핑백'을 하나 더 산 것이었다.
"으으으..." 성훈은 앓는 소리를 내며 눈을 떴다. 등짝이 깨질 것 같았다. 한강 뷰는 아침에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도연은 창가에 서서 햇살을 받으며 충전 중이었다. 흐트러짐 없는 그녀의 모습이 얄미울 지경이었다.
"허리 나가겠네... 침대부터 사야겠어. 당장." 성훈이 허리 뒤로 두 손을 모은 채 말했다. "그러니까, 어제 늦게라도 매트리스를 가져오자고 한 거예요, 수면의 질은 인간의 노동 생산성과 인지 능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랍니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멀리는 못 가겠고, 음..그래 건너편 목동으로 가면 되겠네" 현대백화점 목동점. 가양대교를 건너 도착한 목동은 여의도와 공기가 달랐다. 거대한 주상복합 지하에 위치한 이곳은 인근의 '구매력 있는 주민'들이 슬리퍼를 끌고 나오는 생활 밀착형 럭셔리 공간이었다. 성훈과 도연은 7층 [글라스 하우스] 근처의 브런치 카페에 앉았다. 통유리로 쏟아지는 오전의 햇살, 초록색 식물들, 그리고 평일 오전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사람들. 성훈은 에그 베네딕트의 수란을 톡 터뜨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도연, 여기 사람들은 다들 일을 안 하나 봐?"
"대부분 자산 소득으로 생활하거나, 전문직 종사자의 가족들로 추정되네요. 당신도 지금은 그들처럼 보이니 안심하세요." 성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 뒤에 오는 고소함. 어제 파이브가이즈에서 느꼈던 전투적인 포만감과는 다른, 부드러운 '여유의 맛'이었다. 5억 카드가 주는 진짜 가치는 물건이 아니라, 평일 오전에 멍 때릴 수 있는 이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 1층 리빙관 (Living Floor). 가볍게 배를 채운 후 본격적으로 가구 사냥에 나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요즘 없는 집이 없다는 그 '모듈 가구'였다. [USM Haller (USM 할러)]차가운 크롬 프레임과 원색의 철제 패널. 심플하다 못해 사무적으로 보였다. 성훈은 노란색 2단 서랍장 앞에 멈춰 섰다.
"이거... 그냥 철판 뚜껑 아니야?" 성훈이 가격표를 뒤집어 보았다. [가격: 2,450,000원]
"......?" 성훈의 눈이 커졌다. "도연, 이거 0 하나 더 붙은 거 아니지? 이 철가방 같은 게 240만 원이라고?" 도연이 눈을 반짝이며 데이터를 띄웠다.
- 품목: USM Haller 사이드보드.
- 소재: 크롬 도금 스틸 튜브 + 분체 도장 철제 패널.
- 원가 분석: 소재와 가공비를 합쳐 판매가의 30% 추정.
- 비교: 이케아(IKEA) 철제 수납장과 기능 차이 없음.
"색감이 좀 예쁘긴 한데 너무 한거 아닌가." 성훈이 투덜거렸다.
"이것은 가구가 아니라 '환금성 좋은 인테리어 주식'이랍니다." 도연이 475만원이라고 적힌 4칸짜리 매끈한 노란색 패널을 쓰다듬으며 설명했다.
"이케아는 이사 갈 때 '폐기물 스티커' 비용이 들지만, USM은 중고 시장에서 구매가의 80%를 방어하죠. 50년을 써도 녹슬지 않는 내구성, 그리고 '나는 500만 원짜리 철제 박스를 거실에 둔다' 는 과시욕. 사람들은 수납공간을 사는 게 아니라 저 'USM 로고'를 사는 거에요."
"환금성이라... 그건 좀 솔깃하네." 성훈은 결국 노란색 USM을 계약했다. 텅 빈 대리석 바닥에 저 노란색 점 하나가 찍히면, 그제야 집이 '화보'처럼 보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침대였다. 성훈은 허리를 두드리며 [시몬스] 매장 중에서도 최상위 라인인 '뷰티레스트 블랙(Beautyrest Black)' 존으로 들어갔다.
"매트리스 킹사이즈... 1,800만 원입니다." 직원의 말에 성훈은 헛웃음을 지었다. "작은 차 한 대 값이네."
"침대가 이렇게 비쌌나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거지?" 도연은 매트리스 내부 구조도를 스캔하며 데이터를 전송했다. [DATA ANALYSIS: 침대 계급도]Tier 3 (보급형): 지누스/브랜드리스 (30~50만 원). Tier 2 (국민형): 에이스/시몬스 일반 (200~400만 원). Tier 1 (럭셔리): 시몬스 블랙/덕시아나 (2,000만 원~). God Tier (초현실): 해스텐스 (Hästens).
"해스텐스? 그건 얼만데?"
"블랙핑크 제니 침대로 유명하죠. 기본 1억 원에서 시작해 최고가 모델은 6억 원."
"6억?!"
"네. 그 침대는 스프링뿐만 아니라 말총(Horsehair)을 충전재로 쓰거든요. 말의 꼬리털이 습기를 조절하고 공기를 순환시킨다는 논리죠. 물론 과학적으로 수면의 질이 6억 원어치만큼 좋아진다는 증거는 없지만, '나는 말총 위에서 잔다'는 심리적 우월감이 숙면을 도울 수는 있겠네요." 성훈은 1,800만 원짜리 시몬스 매트리스에 누워보았다. 6억짜리 이야기를 듣고 나니, 1,800만 원이 갑자기 '합리적인 가격'처럼 느껴지는 기적의 논리(앵커링 효과)가 뇌를 지배했다.
"이걸로 하자. 6억짜리는 못 사도, 허리는 지켜야지." 성훈은 다시 카드를 긁었다. 침대와 서랍장 계약을 마친 성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도연은 성훈의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여보, 아직 멀었어요. 침대와 소파는 '하드웨어'일 뿐. 그 집을 진짜 '사람 사는 곳'처럼 보이게 만드는 건 '소프트웨어(소품)'랍니다."
"소프트웨어? 뭐, 휴지통이나 슬리퍼 같은 거?" "비슷하지만...이쪽으로 오시죠." 도연이 데려간 곳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그릇들이 전시된 편집숍이었다. [Target 1: 빛의 조각, 조명]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식탁 등이었다. 여러 겹의 갓이 겹쳐져 UFO처럼 생긴 펜던트 조명. 한국 중산층의 '국민 조명'이라 불리는 [Louis Poulsen (루이스 폴센) PH5].
"이거... 많이 본 건데. 카페 같은 데서." 성훈이 가격표를 뒤집었다. [가격: 1,650,000원]
"억!" 성훈이 짧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이거 그냥 플라스틱 아니야? 전구 하나 끼우는 껍데기가 160만 원이라고?" 도연이 조명 아래 서서 데이터를 읊었다.
브랜드: 루이스 폴센 (덴마크). 특징: '눈부심 없는 빛(Glare-free)'을 위한 3중 갓 디자인. 분석: 이 조명의 물리적 기능은 1만 원짜리 LED 등과 동일하게
'어둠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 조명을 켬으로써 덴마크의 '휘게(Hygge: 편안함)' 라이프스타일을 샀다고 느낀다. 밤에 이 조명 아래서 와인을 마시는 자신의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무대 장치 비용이다.
"여보." 도연이 미소 지었다. "한강 뷰 오피스텔 창가에 형광등을 켜놓고 와인을 마실 순 없잖아요? 성훈은 투덜거리면서 결제했다. 밤에 형광등 불빛 아래서 와규를 구워 먹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Target 2: 시간을 잊게 하는 시계]다음은 벽시계였다. 숫자판 대신 알록달록한 나무 공들이 태양처럼 뻗어 나간 디자인. [Vitra (비트라) 볼 클락]. 가격은 60만 원.
"시간도 잘 안 보이겠네."
"이 시계의 목적은 시간을 알려주는 게 아니랍니다. 벽에 걸린 ' 오브제(예술품)'로서의 기능이죠. 밋밋한 벽지에 이 시계 하나만 걸어도 '집주인이 디자인 감각이 있다'는 신호를 주니까요." 성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집 벽이 너무 허전하긴 했어. 하나 담아." [Target 3: 입에 무는 보석, 식기]주방용품 코너로 넘어오자 성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쇠 주물 냄비의 대명사 [르쿠르제 (Le Creuset)]. 주황색 냄비 하나가 40만 원. 들어보니 손목이 나갈 것처럼 무거웠다.
"이걸로 라면 끓이면 더 맛있나?" "열전도율이 좋긴 하지만, 맛보다는 식탁 위에 냄비째 올렸을 때의 '비주얼' 값이 8할이죠." 그리고 그 옆, 반짝이는 은식기들이 성훈을 압도했다. 프랑스 황실 식기 [Christofle (크리스토플)]. 타원형의 은색 알(Egg) 모양 케이스에 수저 세트가 꽂혀 있는 '무드(Mood)' 세트. [가격: 2,800,000원]
"숟가락 젓가락 세트가 300만 원..." 성훈은 말을 잇지 못했다. "
"은(Silver)이에요. 독을 감지하고 살균 작용을 하죠. 무엇보다 이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당신은 말 그대로 '은수저를 문 사람'이 되는 거예요.." 도연은 은색 티스푼 하나를 들어 성훈의 입가에 장난스럽게 갖다 댔다.
"어때요? 성공의 맛이 나나요?" 차가운 은의 감촉. 성훈은 묘한 전율을 느꼈다. 최첨단 인공지능 로봇이 떠먹여 주는 은수저라니.
"담아. 다 담아. 라면을 먹더라도 은수저로 먹지 뭐." [Target 4: 소리의 사치, 스피커]마지막은 가전 매장 입구에 있는 오디오였다. 거대한 위성 안테나처럼 생긴 스피커. [Bang & Olufsen (뱅앤올룹슨) A9]. 다리 세 개로 서 있는 이 우아한 스피커의 가격은 480만 원.
"집이 넓어서 소리가 울린다고 했지? 이걸로 채우면 돼." 성훈이 먼저 선수를 쳤다. 이제 가격에 대한 감각이 마비된 상태였다. 400만 원이 4만 원처럼 느껴졌다.
"재즈를 틀어놓고, 루이스 폴센 조명을 켜고, 르쿠르제 냄비에 담긴 요리를, 크리스토플 은수저로 먹는다..." 성훈이 상상하며 웃었다.
"완벽한 '보여주기식 삶'의 완성이죠." 도연이 쐐기를 박았다. 성훈의 양손에는 크고 작은 쇼핑백들이 들려 있었다. 가구는 배송되지만, 이 '스몰 럭셔리'들은 당장 들고 갈 수 있었다. 자잘한 것들을 샀는데 천만 원 넘는 돈을 썼다. 성훈은 쇼핑백을 트렁크에 실으며(아직은 렌터카다) 생각했다.
"참 신기해. 큰 건 큰 거대로 비싼 이유가 있는데, 이런 작은 것들은... 진짜 모르겠다. 전등갓 하나가 내 한 달 월급이라니." 도연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취향의 계급'이에요, 벤츠를 타는 사람은 많아도, 300만 원짜리 은수저를 쓰는 사람은 드물죠. 부의 진짜 차이는 자동차가 아니라, 식탁 위의 소금통이나 욕실의 칫솔꽂이 같은 디테일에서 갈리거든요." 성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운전석에 올랐다. 트렁크에 실린 160만 원짜리 전등갓이 덜컹거렸다.
"디테일이라... 그래. 이제 겉가죽(집, 옷)은 다 바꿨고, 속살(소품)도 채웠네." 그는 핸들을 잡았다. "이제 진짜 남은 건 딱 하나다. 이 모든 걸 싣고 달릴 놈." 성훈의 시선이 도산대로 쪽을 향했다. 이제 렌터카를 반납하고, 자신의 이름이 박힌 '도로 위의 계급장'을 달러 갈 시간이었다. [1차 중간 정산]1. 패션 및 잡화 (Personal Branding)- 몽클레르 마야 다운 재킷: 2,650,000원 - 톰 포드 오드 우드 향수 (100ml): 485,000원 - IWC 포르투기저 오토매틱 40: 11,300,000원 2. 식음료 (Dining & Grocery)- 파이브가이즈 버거 세트 (2인): 54,500원 - 이마트 트레이더스 장보기: 584,500원 3. 주거 및 인테리어 (Housing & Living)- 덕은지구 오피스텔 보증금: 50,000,000원 - 첫 달 월세: 3,500,000원 - USM Haller 사이드보드: 2,450,000원 - 시몬스 뷰티레스트 블랙 (킹사이즈): 18,000,000원 - 루이스 폴센 PH5 조명: 1,650,000원 - 비트라 볼 클락 시계: 600,000원 - 르쿠르제 주물 냄비: 400,000원 - 크리스토플 무드 은식기 세트: 2,800,000원 - 뱅앤올룹슨 A9 스피커: 4,800,000원 [정산 요약]- 총 사용 금액: 99,274,500 KRW (전체 한도의 19.8%)- 잔여 한도: 400,725,500 KRW